최병석<돌아온 콩트IN고야?>-슈욱

05/04 슈욱

최병석 | 기사입력 2024/05/04 [01:01]

최병석<돌아온 콩트IN고야?>-슈욱

05/04 슈욱

최병석 | 입력 : 2024/05/04 [01:01]

 추위로 모든 것을 꽁꽁 싸 매었던 날씨가 촉촉한 봄비로 한 꺼풀씩 녹아 내리는 요즘이다.

사계절이 비교적 뚜렷하던 우리나라도 이젠 슬그머니 그런 구분이 사라지고는 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겨울에는 춥고 봄이 되면 꽃향기 그윽하니 축복받은 땅,대한민국이다.

  오늘 아침의 출근길은 최악이다.그도 그럴것이 엊저녁부터 긴급문자로 알려주는 상황이란 것이 지하철파업으로 인해 출근길이 힘들어질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게다가 월요일이다.

한 술 더떠서 비까지 내리고 있다.평상시의 출근시간이 여유롭게 잡아 한시간이면 넉넉했는데

오늘은 차 안에서 악셀과 브레이크를 연방 밟아대는 오른발이 쥐가 날 정도로 긴 시간동안을

소모하고 있는 중이다.

  어진씨는 지각하지 않을 시간을 감안하고 평소보다 30분 일찍 집을 나섰다.

그런데 그 생각은 어림도 없는 아주 어리석은 생각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출근길의 상태는 그야말로 꽉 막혀 오도가도 못하는 빨간색으로 도착예정시간이 고무줄처럼

제 맘대로 늘어나기 일쑤였다.별수없이 지각을 할수밖에 없다는 것을 사무실에 알리기로

하였다."저 팀장님!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섰는데도 아직 도로에 붙잡혀있습니다.

많이 늦어질듯합니다.죄송합니다.최대한 서둘러 가 보겠습니다."사실 어진씨보다

도로상황이 안 좋은거니 도로가 죄송하다고 사과해야 할 판인데 도로는 말을 못하니 어쩔수없이 어진씨가 그 사과를 대신해야하니 좀  아니 아주많이 억울했다.그나마 다행인 것은

어진씨 말고도 다른 직원들의 출근도 늦어지고 있다는 소식들.

암튼 오늘은 어진씨가 지각왕의 타이틀을 뒤집어 쓰고야 말았다.

하필 오늘아침에 파업을 주도한 자가 누군지 욕이라도 해주고 싶은 아침이다.

시작이 영 개운치않게 비롯되어 그랬는지 하루종일 찝찝함에 사로잡힌 하루였다.

  퇴근이다.오늘은 야근이고 뭐고 일찌감치 집으로 향하기로 했다.가장 편안한 집구석에 앉아

최대한의 힐링 포인트를 잡아내는 것이 이로울 것이라는 나름대로의 판단이었다.어진씨는

집으로 향하는 차안에서 배달의민족이라는 동질성을 확인하고 푸짐한 수육의 그림을 그려냈다.그리고는 샤워후에 프리미어리그를 돌아보며 냉장고 깊숙히 꼬불쳐둔 시원한 캔맥주를 들이키는 상상을 했다.여기에 포동포동한 수육을함께 딸려온 겉절이와 생채무침을 어그적 씹어먹으며

행복해하는 자기자신을 떠 올려 보았다.저절로 힐링이 되는 어진씨였다.

아침 출근길에서 획득했던 스트레스를 이 저녘 잠시 후에 도착될 수육 한 접시로 날려 버릴 수가 있다는게 참으로 좋았다.

어진씨는 기왕에 먹을 수육에 공기밥도 하나 추가 하기로 하였다.

따로 저녁밥까지 챙길 필요가 없을 거라는 생각.

어진씨가 귀가하자마자 샤워를 끝냈다.드라이로 젖은 머리를 말려가며 TV를 켜서 푸른

잔디위에서 예열을 마친 프리미어리거들을 대면했다.이제 수육만 타이밍에 맞춰 딱 대령하면

굿이다.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수육이 당도했다는 소식이 없다.

배달일정을 확인했다.배달중이다.하루종일 내리는 비때문에 배달이 늦어지는가 보다.한참을

기다렸다.

여전히 현관문은 조용하다.어진씨가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업게되었다.배달업체에 전화를 했다.

아직 배달순서가 아니란다

식당에 전화를 했다.자기들은 준비가 완료되었지만 배달업체에서 픽업이 안되고 있단다.

어진씨의 머리에 스트레스가 쌓이고 있다는 소식이 감지되었다.하필 응원하던 팀도 골을 먹었다.

이거 이러다 힐링은 커녕 짜증폭발로 이어지는 게 아닐까?

노심초사하는 어진씨에게 주문 두시간만에 원하던 수육이 날아왔다.

축구게임은 이미 끝이났고 시원했던 캔맥주도 속을 다 비워내고 험악하게 찌그러져 있는 상태.

 

울분을 토해내고 있던 어진씨가 배달된 수육의 포장을 풀어보다가 드디어 꼭지가 돌아버렸다.

장장 두시간만에 어진씨의 수중으로 들어온 수육의 정체는 공기밥 두팩에 겉절이와 생채

뿐이었다.그토록 기다린 수육은 슈욱소리를 내며 어디론가 빠져버리고 맨밥만 배달된 거였다.

성이 문씨요 이름이 어진씨...언뜻 들으면 무너진 그의 심정은 꼭 그의 이름처럼 들리는 슬픈

저녘시간이었다.

 

알고보니 식당직원의 부주의로 수육을 넣는다는 게 공기밥을

담은 팩을 집어넣었다고...(수육팩과 공깃밥의 팩이 사이즈와 디자인이 공교롭게도 동일했다)

▲ 슈욱 날아가 버린 수육?



 

콩트집'콩트IN고야'저자(도서출판 신정,2021,10/15초판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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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시집'먹보들'저자(도서출판 신정,2022,8/15초판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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